YCC는 Yield Curve Control(수익률 곡선 제어)의 약자이다. 이 글에서는 YCC 정책의 뜻과 의미, 그리고 투자자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아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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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금리
YCC는 수익률 곡선 제어(Yield Curve Control)의 약자로. 여기서 수익률은 국채의 수익률, 즉 금리를 말한다. 경제에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금리 인상, 금리 인하의 이야기는 종종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때 금리는 기준 금리를 말하고, YCC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기준 금리의 존재 배경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미 잘 아는 분이라면 이 부분은 넘어가도 좋다.
기준 금리는 말 그대로 기준이 되는 금리이다. 기준 금리를 인상하면 국채들의 금리도 따라서 올라간다. 그에 따라 시장의 많은 금리들이 영향 받고 대출 금리가 올라 돈을 빌려 사업을 하거나 집을 사려는 경제 활동들이 줄어들고, 예금 금리가 올라 사람들은 소비보다 저축을 선호하게 된다. 금리 인하는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기준 금리를 변경하는 목적은 경기 과열과 침체를 평균 수준으로 돌려놓기 위함이다. 침체야 둘째치고 과열은 왜 문제가 되는가? 경기 과열 시에는 상품,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고 이는 물가 상승을 유발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물가 상승은 방치할 경우 더 심한 물가 상승을 연쇄적으로 일으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억제하기 위한 개입을 하는 것이다.
YCC (수익률 곡선 제어)
하지만 기준 금리로 시장 금리들을 조절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기준 금리는 짧은 만기의 국채 금리부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위 차트의 흰색은 연준이 조정한 기준 금리를 보여주고, 빨-주-노 차례로 3개월-10년-30년 만기 국채 금리의 변화를 보여준다. 3개월이라는 짧은 만기의 빨간 선이 기준금리를 가장 빠르게 따라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면 30년 만기의 초장기채인 노란색은 변화가 적고 기준 금리에 느리게 반응하고 있다.
대부분은 느린 속도로도 충분하지만, 장기 국채들의 금리 변화가 시급한 상황도 있다. 실제로 경기에 직결된 금리들은 주택 담보 대출 금리나 기업 대출 금리와 같은 중장기 금리이기 때문이다. 시급하게 경기를 부양해야 하거나 과열을 식혀야 할 때, 중앙은행은 장기 국채를 매매함으로써 금리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가 있다. 국채를 대량 매수하면 국채 가격이 뛰게 되고, 시장 금리가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매도할 경우에는 금리를 높이는 효과를 주게 된다. 이렇게 중앙은행은 특정 만기의 특정 금리 수준을 목표로 정해서 해당 금리에 도달할 때까지 국채를 매매하는데, 이런 식으로 특정 만기 금리에 개입하여 경제에 개입하는 정책을 YCC 정책이라고 한다.
수익률 곡선
사실 YCC 정책을 투자에 참고한다면 위의 내용만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학구열이 뛰어나거나,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여기서 근본적인 의문이 들 것이다. 대체 이게 왜 수익률 곡선 제어인가라는 의문.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수익률 곡선의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위의 차트에서 특정 시점들을 포착해보면 어떤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2015년 부근에서는 3개월-10년-30년 만기 순서로 금리가 높은데, 2019년 부근에서는 그 차이가 매우 줄어들고, 2023년에는 오히려 3개월 만기의 금리가 가장 높은 것이다. 이러한 각 시점의 금리 상황을 가로축-만기, 세로축-금리의 그래프로 표현한 것을 수익률 곡선이라 한다. 2015년의 수익률 곡선부터 살펴보자.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다. 이것은 정상적인 현상이다. 채권도 결국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구조이다. 돈을 30년 빌려주는 것이 3개월 빌려주는 것보다 더 많은 위험을 동반하고, 따라서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하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1개월 만기와 30년 만기의 금리 차이가 보이는가? 2.5%에 가까운 차이가 나고 있다. 이제 금리 인상이 상당히 진행된 2019년 초의 수익률 곡선을 보자.
앞서 금리 인상을 하더라도 짧은 만기의 채권들이 더 빠르고 크게 따라간다 했다. 그 결과 단기 금리는 0%대의 매우 낮은 금리에서 2.4% 정도까지 빠르게 올라왔다. 하지만 10년채 금리는 2%에서 2.5%로 고작 0.5%가 올랐을 뿐이다. 장-단기 금리차이는 최대 1%도 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고, 이런 상태를 수익률 곡선이 평평해졌다고 표현한다. 자, 이제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인 2023년의 수익률 곡선이다.
엄청난 금리인상으로 인해 마침내 만기별 금리가 역전된 상황까지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역전된 상황에서는 단기 금리의 영향을 받아 개인들은 소비보다 예금을 선호하게 되고, 은행도 장기 대출보다는 중앙은행이 보장하는 단기 금리를 굴릴 수 있는 투자를 선호하게 된다. 즉, 자연스럽게 시장에 유동성이 줄어들어 경기가 안정되는 것이다.
자 이정도면 수익률 곡선에 대한 이해는 충분히 되었을 것이다. 수익률 곡선을 이해하고 나면 YCC(수익률 곡선 제어)는 더 간단하다. 기본적으로는 기준 금리 변경으로 수익률 곡선의 변화를 유도한다. 하지만 이럴 경우 장기 금리까지 영향이 가는데 오래 걸리고 변동폭도 작기 때문에, 시급할 경우 직접 장기 국채를 매매하여 수익률 곡선을 변화시킬 수 있다. 그리고 그 의미만 생각하면 꼭 장기 국채에 한정된 정책은 아니다. 단기채를 매수하면서 장기채를 매도하는 등 더 강력한 방식을 취할 수도 있다.
투자자의 대응
일단 YCC 정책을 사용하는 방법은 다양해서 그 내용을 볼 필요가 있다. 장기 국채를 팔아 장기 금리를 올리는 게 목적인지, 반대로 장기 국채를 매입하여 장기 금리를 내리는 게 목적인지 파악해야 한다. 투자에 영향 받는 것은 결국 유동성과 경기이다. 유동성은 가격에 영향을 주고, 경기는 실적에 영향을 준다. 장기 금리를 내린다면 유동성을 공급하고 경기를 부양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해석하면 된다. 반대로 물가가 우려되어 장기 국채를 매도하고 금리를 높게 유지하는 YCC 정책을 쓸 수도 있다.
한 가지 예로 23년 7월 말 일본은 YCC 정책 변경을 언급했는데, 10년물 금리 상한을 기존 0.5%로 유지하되, 상황에 따라 그 이상도 용인하겠다는 의향을 밝히는 방식이었다. 상당히 소프트한 발언이었지만 어찌 되었든 시장은 긴축 신호로 받아들였고, 해당 뉴스에 미국 시장까지 일시적으로 매도세가 나오며 폭락했다.
다만 시장의 해석은 현재 시장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시장이 이미 경기 부양책을 선반영하여 폭등한 상황이라면, 오히려 YCC 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해도 그만큼 현재 경기가 안 좋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 단기 폭락할 수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단기적인 방향일 확률이 높고, 결국 중장기적으로는 중앙은행의 정책이 의도한 방향으로 움직일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만약 YCC 정책의 내용이 장기적으로 강한 긴축이라면 일단 피하는 것을 권장한다. Don’t fight the FED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니까.